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을 퍼뜨리는 주된 경로인 잔반(음식물찌꺼기) 사료의 돼지 급여량이 다시 허용된 지 20개월만에 두 배 넘게 급증했다. 특히 내년 2월 개의 식용 금지와 맞물려 식용견이 주로 먹던 잔반사료가 돼지에게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국회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양돈용 잔반사료 급여 농장과 돼지 마리수는 2024년 12월 5개 농가 9,279마리에서 1년 뒤 14개 농가 1만9,004마리로 두 배 이상 늘어난 데 이어, 올 8월 말 현재 18개 농가 2만2,204마리를 상대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공급량 역시 66.5톤에서 176.4톤으로 165% 증가했다.
2019년 9월 국내에서 ASF 가 발생하면서 ‘잔반사료의 양돈농장 내 반입금지’ 행정명령이 취해졌으나 2024년 10월 ‘남은 음식물 사료화 절차와 농가 방역관리 매뉴얼’을 근거로 조건부 반입금지 해제 이후 양돈용 잔반사료 사용량이 급증한 것이다. 그래서 내년 2월 '개식용종식법' 금지 조항 적용으로 인해 육견농장에서 쓰던 잔반사료가 양돈농장으로 쏠릴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ASF 가 기승을 부리는 올겨울에 개의 식용 금지가 맞물리면서 양돈용 잔반사료 공급이 크게 늘어날 경우 질병 확산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현재 전국 18개 급여 농장을 위주로 이뤄지는 안전성 검사를 70개 잔반사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잔반사료 소비가 아닌 제조 단계부터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잔반사료를 급여하고 있는 18개 농장들이 지난해와 올해 이동제한구역 내에에 위치해 있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ASF 전파 위험이 큰 잔반사료를 급여하는 농장들이 발생농장과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점을 볼 때에 잔반사료는 세계적으로 입증된 ASF 감염원인 만큼 사용을 다시 금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돼지에게 잔반사료 급여를 허용한 일은 소(반추동물)에게 금지한 농식품부의 조치와도 배치되는 것이다.
실제로 ASF 발병국에서 잔반사료를 허용한 나라는 거의 없다. 지난해 ASF 가 발병한 대만은 내년부터 잔반사료 급여를 완전히 금지한다. 2002년 이후 잔반사료 급여를 금지해 온 유럽연합(EU)은 2009년부터 모피 생산용 동물에게만 잔반사료를 허용하고 있다.
중국은 올 8월 시행한 '생태환경법전'에서 ‘무해화하지 않은 주방 쓰레기를 가축에게 급여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무해화 잔반은 일부 가능하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실제론 방역 차원에서 엄격한 통제가 뒤따른다.
음식물찌꺼기가 사료로 공급돼서 다시 우리 먹거라 사슬 속으로 스며드는 것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잔반사료를 먹인 돼지고기의 맛과 향이 떨어져서 먹거리 품질을 나쁘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배합사료를 급여하는 대다수 농가들은 헐값의 질 낮은 잔반사료를 먹인 돼지고기가 도매시장으로 유입되면 국내 돼지고기 가격을 떨어뜨리고 소비자 인식을 저해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송 의원은 “내란으로 인해 우리나라 정치사회경제가 매우 혼란했던 때를 틈타서 이뤄진 잔반사료 급여 재개는 일명 ‘김건희법’으로 불리던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을 국회에서 의결하기 위한 사전 조율에 따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며 “투기자본 유입, 전염병 확산, 축산물 품질 저하, 불공정 저가경쟁 유발, 바이오가스 개발 지연과 같은 논란과 부작용을 재현하는 잔반사료 급여 재개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송 의원은 잔반사료 급여를 금지하는 '사료관리법' 개정안, 일명 'ASF 예방법'을 이달 1일 대표발의했다.
이에 따르면 절지동물과 수산동물을 제외한 급여 대상 동물과 같은 종의 단백질 성분으로 만든 사료, 그리고 남은 음식물로 만든 사료는 제조와 수입‧판매 또는 사용을 금지했다.
농식품부는 또한 국내외에서 가축전염병을 전파할 수 있는 것으로 시험 또는 증명된 사료 중 특정 성분이나 원료 사용을 제한하고, 지속적으로 검사 및 관리해야 한다.
실제로 올해 양돈농장 ASF 발생사례는 1분기에만 24건으로 전년보다 4배 늘었다. 지난해 11월 첫 발생한 충남, 그리고 그동안 ASF 가 발병하지 않았던 전북‧ 전남‧경남지역 농장에서 발생했다.
반면 야생멧돼지의 ASF 발생건수는 2021년 964건에서 2023년 735건, 2024년 719건, 지난해 109건, 올해 199건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보도자료출처: 송옥주 의원]